130818 뮤지컬 엘리자벳 기억


후기 쓸 시간도 없어서 트윗에 써놨던거 그냥 짤막하게 적는다. 초연의 죽음이 정확히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정의내리지 않았어도 '사랑'을 하고 있다는 의식이 있던 죽음이었다면 재연 1막의 죽음은 아예 인간의 감정을 배제시킨 無의 상태. 유혹하고 꾀어내는듯한 장난끼도 싹 사라지고 '죽음'이라는 자체가 가진 초월적이고 고압적인 힘을 극대화한 죽음. 그렇기 때문에 엘리가 죽음을 거부했을 때 순간 상처받은 표정을 짓는게 아니라, 감히 너 따위가 나를? 비웃음과 약간의 분노를 보여준다는게 가장 큰 특징.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나오던 짜증스러움이 죽음이 엘리를 연인으로, 루돌프를 친구로서 생각한게 아닌 그저 한낱 장난감으로 대했다는는걸 가장 잘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2막의 몇몇 넘버에선 죽음이 자신은 인식하지 못했지만 사랑 비스무리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루돌프가 죽고 엘리가 죽음을 갈구할 때 왼쪽 측면에서 등장해서 엘리를 바라보는데, 손을 엘리쪽으로 뻗었다가 거두고 엘리를 내치는 장면이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이상한 감정을 느끼고 그것에 대한 자신도 모르는 방어를 한 것처럼 보였다. 사실 론도에서 사랑 어쩌구 구구절절 늘어놓지만 그건 그저 장난감을 대할 때의 말 뿐이고, 엘리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손을 뻗는 본인이 당황스러웠던거지. 내가 인간의 감정을 느낀건가? 이런 식의. 그런 '감정'이라는 것을 접한 죽음의 혼란스러움은 엘리가 죽고난 후 허무한 표정에서 정점. 원하는 것을 얻었음에도 기쁘지 않은, 이 허망함은 무엇이고 묘하게 가슴 아릿아릿한 아픔이 무엇인지 아직 깨닫지 못하고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던 죽음. 후에 혼자 영원의 시간을 보내면서, 가끔씩 생각하는거지. 그런 인간이 있었지, 나에게 인간들이 말하는 사랑 비슷한 것을 느끼게한 그런 여자가 있었지...하며.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말할 것은 많지만 우선 초연과 가장 달라진 점은 요정도. 마지막 춤의 바뀐 안무도, 종 칠때 한손으로 줄을 잡고 보는 사람이 위태롭던 모습도, 루돌프를 비웃으며 난간에 거의 눕듯이 기대던 것도, 침대씬의 무방비함과 그 짜증스러움도(;) 다 좋았지만 마지막 베일씬의 샤죽음의 모습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공연이 끝난 지금도 어딘가에 존재하며 엘리자벳을 회상할 것 같은, 관객들에게 그정도의 설득력을 준 김준수의 토드, 죽음.

못한 말이 더 많은데... 일단 나중에 시간있을 때.

마지막으로 오빠에게. 최고의 무대 고마웠어. 그대는 내가 이 공연의 수용자가 아닌 하나의 주체이고, 관객으로서 정말 존중받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누구보다도 진심을 다하는 인사, 웃음.. 음 하나하나에 이 무대와 관객에 대한 그대의 마음이 있는 것을, 나는 안다. 내가 친 박수와 환호는 그대에 대한 고마움을 아주 조금 전할 뿐이고, 그보다 더 커다란 고마움을 안고 돌아간다는걸 그대는 알고 있을 것이고, 그만큼 고마워하고 무대에서 다시 보여줄 그대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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