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떠올리면서 사랑

 2013년, 2014년의 시아준수는, 가끔씩 모든 걸 놓아버릴 것처럼 이야기했다. 여전히 불가능한 방송출연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받은 뮤지컬 무대를 보면서, 그가 가수보다는 뮤지컬 배우로서의 자신을 더 오랜 시간 공들여 정의하는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가 쏟은 노력과 시간 혹은 그가 추구하는 목표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도 사람이니까, 지치고, 그래서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오고, 그래서 어느 시점에는 가수로서의 자신을 훌쩍 떠나버릴 수도 있겠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2015년과 2016년은 쉴 틈 없이 달렸다. 군 입대가 확정됐고 나조차도 미래에 떠날 누군가를 상상하게 됐다. 그는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솔로 3,4집을 냈고, 뮤지컬 데스노트와 드라큘라, 도리안 그레이에 섰고, 수많은 ost를 불렀다. 6년 만에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때 출연했던 EBS 스페이스 공감은, 누군가에게는 다시 대중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희망에 불을 붙여준 것이겠지만(결국 그러지도 못했지만), 그에게는, 그러니까 그가 선곡한 곡들을 보면, 그저 곁에 있어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자리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방송에 나올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소중하지만 이 무대 하나로 뭔가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했다기 보다는 소송이 완전히 끝난 후 있었던 2013년의 어느 콘서트에서 말했듯이, ‘언젠가 방송에 나오면 꼭 고마움을 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무대가 아니었나 싶은 것이다.

 군대를 제대하고 처음 있던 콘서트에서 그는 운다. 모든 걸 놔버릴 뻔한 순간들과 눈앞의 관객들이 교차하고 그는 울었다. 10년 동안 나오지 못한 방송과 2년간의 공백을 뒤로 하고 그에게 다시 주어진 무대와 기회를 보며 그는 울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을 언급하면서, 누군가는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이제는 ‘과거의 일’이 되어버린 듯 방송에서 항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을 나는 상기하면서, 그러나 현실을 뒤로 하고 그와 관객과 무대만 존재하는 섬같은 이곳에 숨어들어서 10년을 함께해온 이들은 울었다. 그래, 그래도 괜찮을 거야. 여전히 주어진 무대가 있어. 방송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긴 하지만, ‘잊혀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이제 고질이 됐고 우리 함께 그 병을 앓아가니까 괜찮을 거야.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 외로움을 짊어지게 한 것이 미안해 울었고, 또 다른 이들은 함께 있으니 외로움이 아니고, 함께 걸으니 이 길이 참 좋더구나, 하며 울며 기뻐했다.

 앞으로 조금은 덜 아프게 가자는 그의 말은, 지난했던 십 년을 떠올리면 그저 아프게 들린다. 십년동안 쉼 없이 싸워왔으니까, 이제는 싸우지 말고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자고 한다. 날 위해 싸우는 것이 아프다고 했다. 1등은 바라지도 않는다고, 앨범을 내면 한번이라도 방송에 나와 보고 싶다고, 무대로 평가받고 싶다고, 하지만 당신들이 나를 위해 싸우는 건 싫다고, 조금 더 ‘가벼이’ 좋아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를 멈추는 것이 가능할까. 그와 함께 공유한 시간의 무게는 이미 무겁고 그에게 주어진 무대의 소중함을 너무나 잘 안다. 13살부터 좇아온 유일한 꿈을 포기하고 싶었다고 말할 정도로 현실의 벽은 높았으나 늘 길을 찾아왔던 그의 끈기와 의지를 안다. 몇 년 만에 출연한 방송에서 성 밖을 벗어나 함께 인생을 걷는 이들에게 전할 노래를 불렀던 것을 나는 안다. 내던지고 싶은 순간이 있었음에도 남은 이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던 그를 안다. 2년간의 이별을 준비하면서 어쩌면 떠날지도 모를 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을 선보이면서, 마음 한구석에 기다려달라고 말하던 그의 간절함을 안다. 그의 유일한 소통이었던 무대를 안다. 세상 밖으로, 내가 이곳에 살아있고, 살아갈 것이고, 걸어갈 것이고, 이 일을 너무 사랑한다고 외치던 그를 안다. 무대에서 끊임없는 연서를 전하던 그를 안다. 

 그래서, 늘 그래왔듯이, 함께 걷지 않을 수 없다.


-2018년 12월 2일, 스웨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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